인터뷰를 통해서 전문가의 관점을 쉬우면서도 구체적으로 끌어내는 고우성의 잇(IT)터뷰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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◼ 진행자 : 고우성 PD / 토크아이티 (wsko@talkit.tv, https://talkit.tv/)
◼ 게스트 : 박한구 명예회장 / 한국인더스트리4.0, 전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단장, ‘일의 미래’ 저자
1. 탄소 발생 실측을 위한 공급망 가치사슬 플랫폼
● 박한구 : 지금까지는 스마트 제조 혁신을 중심으로 어느 한 기업이 스마트공장 1단계, 2단계, 3단계, 4단계를 추진했다면, 앞으로는 거기에 서비스를 더해질 것입니다. 즉, 다른 기업과 우리 기업 간 운송, 창고 운전자가 오면서 밥을 먹거나 여관에서 잠도 자는 등의 서비스가 같이 융합되어야 할 것입니다. 더 나아가서는 탄소 Net-zero 운송에 대한 논의도 함께 할 것입니다. 어떻게 하면 다른 기업과 우리 기업 간 최적의 경로를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를 말합니다. 탄소 배출량을 가장 적게 배출하면서 짧은 시간에 운송하는 부분도 다 서비스업인데 제조 서비스를 수행하면서 규제에 대응하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거죠.
저는 요즘 그것을 ‘플랫폼-X’라고 합니다. 우리나라가 EU나 다른 각 나라에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-X를 만들어서 수출의 중심이 되는 것입니다. 우리나라가 플랫폼-X같은 공동 활용 플랫폼을 만들 경우, 대기업은 큰 비용에 대한 부담이 가능하니 설치하면 될 것입니다. 전문 인력도 있고 자금도 있으니까 플랫폼-X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.
그런데 우리나라 중견,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하기가 어렵습니다. 기업은 출시 뒤 퀄리티를 높이고 비용을 낮추고 운송 시간을 줄이는 게 생명인데, 탄소를 배출하기 위해 센서를 달고 측정하고 컴퓨터 갖다 놓고 소프트웨어 개발하고 하는 것은 모두 비용이거든요. 그래서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.
스마트공장을 구축하여 제조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그 부산물로 탄소 배출량까지 개선할 수 있는 공동의 플랫폼을 대기업과 정부가 같이 개발한 후 중소, 중견기업들에는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나눠주자는 것입니다.
회사 내에 센서를 설치하는 것은 스마트공장 구축 시 추가적으로 설치하면 되고 QCD(Quality, Cost, Delivery)제조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부산물로 탄소규제까지 대행하는 정책으로 가야 하는데, 그런 ‘플랫폼을 우리나라가 빨리 개발해서 안착시켜야 해외로 수출할 수 있다’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.
● 고우성 : 지금까지는 제조업이 경쟁할 때 가성비만 고려했잖아요. EU라는 그런 커다란 시장이 이제 탄소 배출 관련된 것을 관세처럼, 그것도 대단히 큰 비중으로 부과하니까 이제 우리가 공급망책에서 가격 관점으로만 효율성을 추구하는 데서 벗어나서 이제 탄소 관점도 공급망에 다 집어넣어서 해야 한다는 거죠. 그것을 중소기업이 하기 힘드니까 플랫폼을 만들자는 거네요. 프로세스를 말입니다. 최근 회장님께서 가치사슬을 주장하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거네요.
● 박한구 : 그렇죠.
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순환 경제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? 독일의 메르켈 전임 총리가 추진했던 독일의 제조산업 밸류체인(가치사슬) 디지털 플랫폼인 Manufacturing-X를 보면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. |
2. 독일 메르켈 총리의 디지털 리더십, 데이터 주권, 플랫폼 주도권
● 박한구 : Manufacturing-X라는 게 왜 태어났을까요? 유럽이 잘 살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하는데 지금 소프트웨어 시장은 구글, 마이크로소프트, 아마존이 휘어잡고 있으니 그것을 유럽이 따라 갈 수는 없습니다. 그러면 서로 다른 플랫폼 간의 데이터를 어떻게 상호 운용성 있게 공유할 것이냐, 그리고 ‘데이터의 주권’이라는 개념을 강조합니다.
‘이건 내 데이터야. 내 데이터를 당신의 아마존에 올려놓았지만 그 데이터의 소유권은 나에게 있기 때문에 내가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고 활용할 수 있어. 소유자가 아닌 다른 기업이 컨트롤해서는 절대 안 돼.’
이런 법적 제재를 만드는 거거든요. 그것이 GAIA-X(가이아-X)입니다. GAIA-X를 만들어 놓고 서로 다른 플랫폼의 상호 운용성을 높이기 위해서 ‘데이터 스페이스’라는 프로토콜을 만들었습니다.
‘스페이스’라는 말은 우주에 각각 별들과 지구가 있듯이 ‘데이터도 각 회사, 각 기업, 각 나라가 가지고 있어라. 그러면서 필요할 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파이프라인을 연결해서 밸브를 열었다 닫았다 하자’는 것입니다.
● 고우성 : 보안을 철저히 하고요?
● 박한구 : 보안은 철저히 하고요. 그게 기본이죠. 그러다 보니까 이제 훨씬 더 사람들이 접근하기가 쉽습니다. 그동안에는 내 데이터를 다 줘야 했는데, 줄 필요 없습니다. 내 서버에 저장한 후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놓은 후, 자동차 분야에 Catena-X*를 만드는 것입니다. 그런데 중소기업들이 이것을 적용하지 못합니다. 그래서 ‘Catena-X를 만들면서 Manufacturing-X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중소기업들에 무료로 제공해 주고 사용료만 받는 구독 경제로 가자.’
이게 바로 독일의 Manufacturing-X입니다.
*Catena-X(Catena-X Automotive Network) – ‘자동차 산업에서 기업 간 정보 및 데이터 공유와 관련해 개방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다’
● 고우성 : 그럼 Manufacturing-X는 중소기업을 위한 겁니까? Manufacturing-X의 취지는 무엇입니까?
● 박한구 : 가치사슬을 위한 플랫폼인데요. 정부가 이렇게 제안합니다.
‘대기업은 스스로 잘하므로 터치하기가 어려우니까 대기업들이 참여해서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를 만들어가되, 거기에서 나온 산출물은 중소기업들에는 무료로 주자.
그 대신 정부가 자금을 지원할게. 대기업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Manufacturing-X 이니셔티브를 지원할게. 거기서 그것이 만들어지고 나면 중소기업들에 경제적으로 배포해라.’
이런 정책입니다. 그 Manufacturing-X 즉,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프로바이더가 가진 IaaS나 PaaS는 못 만들지만, 탄소 Net-zero에 필요한 SaaS 서비스를 만들어서 중소기업들에 경제적으로 배포할 수 있게 하여 주는 정책, 그러면서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이 Catena-X, Manufacturing-X로 이어지는 것입니다.
● 고우성 : 클라우드 인프라는 미국 것을 쓰더라도 그 유럽만의 데이터 주권을 확실하게 유지한 상태라는 것. 그것이 key네요.
● 박한구 : 그렇죠.
앞서 언급된 독일의 Manufacturing-X와 같은 어프로치를 우리나라에서 어떤 분야에 적용하면 가장 효과를 볼 수 있을까요? 박한구 회장은 가전과 조선 산업을 제일 먼저 뽑았습니다. |
3. 한국이 리드하는 순환 경제 밸류체인 플랫폼
● 박한구 : 미국은 IRA(Inflation Reduction Act), CHIPS(CHIPS and Science)라고 해서 반도체, 바이오, 사이언스, 배터리에 대한 가치사슬권을 잡겠다고 만들어놓고, 독일은 자동차 분야에 대해 Manufacturing-X를 하겠다고 합니다.
과연 우리나라가 잘하는 건 뭘까요? 저는 딱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.
하나는 가전, 백색 가전입니다. 삼성전자나 LG전자는 가전제품에 대한 세계 시장의 선두권에 자리 잡고 있기 이 가치사슬을 어떻게 휘어잡느냐가 중요합니다. 그것을 저는 이제 일명 ‘White Goods-X’라고 합니다. White Goods는 백색 가전을 뜻하는데요. ‘White Goods-X’ 이것을 좋은 말로 다시 만들어야 하겠지만, 개념상으로 White Goods-X에 대한 가치사슬망을 전 세계적으로 우리가 주도해서 만들어가자는 것입니다.
● 고우성 : 데이터 표준화를?
● 박한구 : 네, 데이터 표준화를 만들고 플랫폼도 만들어서 우리 플랫폼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.
우리나라에는 훌륭한 IT 인력들이 많기 때문에 가능합니다. 유럽에서 Cartena-X가 마이크로소프트사나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 위에 만들듯이, 우리도 ‘White Goods-X’를 그런 글로벌 서비스 프로바이더 위에 만들자는 것입니다.
세계 시장의 고객들이 백색가전(White Goods)에 대한 운송이나 탄소 규제를 하려고 할 때 국제적으로 공인된 탄소 배출량도 자동으로 계산해 주고, 원산지 추적까지 모두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우리가 제공한다면, 우리 플랫폼을 사용할 것 아닙니까? 우리 기준을 만들면 우리 기준에 따를 것 아니에요? 그럼 어떻게 될까요? 그것에 대한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, 플랫폼 운용 인력 등 이 분야의 일자리가 엄청나게 창출되는 것입니다.
우리나라가 잘하는 또 다른 하나는 ‘Marine Ship-X’입니다.
● 고우성 : 조선요?
● 박한구 : 네, 선박. 우리나라가 또 조선이 최고잖아요. 자동차는 자율주행하기가 사실 쉽지 않습니다. 그렇죠?
● 고우성 : 하하. 그렇죠.
● 박한구 : 수동으로 운전하는 사람, 자동으로 운전하는 사람, 교통표지판 등등 이런 것 때문에 변수가 많다는 거죠.
● 고우성 : 변수가 너무 많죠.
● 박한구 : 그런데 배는요? 변수가 기후 말고는 없습니다. 어느 시점에 ‘지금 태풍이 일어나니까 우리 쪽으로 올라오면 얼마나 걸릴 거다.’ 이런 것이 다 연결될 것입니다. 그다음으로 이제 통신이 중요한데, 통신이 되는 지역과 안되는 지역을 구분하여 서로 선박 간 통신하면서 자율주행이 되거든요.
그런 Marine Ship-X, 자율주행할 수 있는 선박을 플랫폼까지 올려놓게 되면 ‘통신’도 우리가 잡을 수 있고 선박의 기후 측정 관련한 분야 등 플랫폼을 우리가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. 또한 여기에 들어가는 물량이나 ‘언제 도착할 거 같다. 지금 무엇 때문에 언제 늦을 것이다’와 같은 실시간 추적도 가능합니다.
우리나라 사람들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 거지요.
● 고우성 : 네.
● 박한구 : 그것에 대한 컨트롤타워, 예를 들어 Marine Ship 컨트롤 타워가 울산에 있다면, 울산이 세계 시장 모든 선박의 콘트롤 타워가 되는 것입니다.
● 고우성 : 경쟁의 패러다임 자체가 이제 한 기업과 기업들 간의 싸움이 아니라, 누가 어떤 플랫폼에 속해 있느냐? 플랫폼을 누가 주도하느냐? 이제 그럼 싸움이 되겠네요.
● 박한구 : 그렇죠. 미래의 경쟁은 ‘플랫폼 레볼루션 경쟁’이 될 것입니다. 플랫폼 혁명이라는 거죠.
● 고우성 : 플랫폼 하면 사실 ‘페이스북, 구글’ 이런 것만 생각했는데, 그게 아니라 제조 인터스트리에서도 플랫폼 경쟁이 시작되는 거예요. 거기에 순환 경제가 들어가는 것이고요.
● 박한구 : 그렇죠.
글로벌 순환 경제 밸류체인(가치사슬)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기업과 정부는 서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일까요? ‘정부가 주도하면 99.9% 실패합니다’라는, 경험에서 우러나온 박한구 회장의 말씀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. |
4. 민간이 주도하는 밸류체인 플랫폼
● 박한구 : 정부 주도로 만들게 되면 효용성이 없습니다. 그냥 정부 자금을 한번 빼먹고 말아요.
● 고우성 : 그렇죠.
● 박한구 : 99.99% 실패합니다. ‘White Goods-X’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모여서 White Goods-X의 민간단체를 만들고, ‘Marine Ship-X’도 필요로 하는 기업이 모여서 Marine Ship-X를 리딩해야 합니다. 이때 여기에 모인 기업들 대부분은 대기업일 텐데, 대기업들이 서로 인력을 파견하고 자금을 지원하여 인프라를 만들 것입니다. 이 인프라는 만들 때 비용이 많이 드는데, 대기업 입장에서는 중소기업까지 이 인프라를 이용하는 용도라면, 정부도 자금을 지원하라는 것입니다.
이렇게 정부도 자금을 지원해서 대기업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중소기업에 무료로 배포하게 되면, 민간기업이 이끌고 정부가 밀어주는 정책이 된다는 것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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